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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werSong
이른 아침, 아라시야마를 찾아가다가 버스에서 잘 못 내린 역주변은, 초조한 내 맘과 달리 한산했다. 20대 중반쯤 되었을까. 한 무리의 청년들이 눈에 띄었다. 영어를 알아들을 것 같아 다가가 길을 물었다. 내가 일본어를 못 하니 자연 영어로 물을 수밖에. 말을 걸자마자 청년들은 한사코 손을 흔들어대며 '노잉글리시' 라고 외쳐댔다. 마치 자신은 범인이 아니라는 듯 황급한 몸짓과 목소리로. 청년은 모두 8명. 여자 1명에 남자가 7명이었는데, 8명의 청년이 모두 영어를 못한다고 격하게 손사레를 쳤다. 이색적인 광경이다. 청년들을 등지고 다시 길을 찾기 위해 역 주변을 서성이는데, 잠시 후 무리속에 있던 한 여자가 머뭇거리며 다가오더니 '스미마셍' , 나를 부르고는 한 외국인을 내 앞에 데려다 놓았다. 이번엔..
사랑하자. 이탈리아는 내내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신의 이름으로 지어진 성대한 건축물도, 시선만 닿으면 담아지는 모든 사람들도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사랑하자고. 우주를 온전히 이해해야만 비로소 우리가 만난 의미를 깨달을 수 있을테니, 어쨌든 우리는 이자리에서 사랑해야만 한다고. 그게 지금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이탈리아가 말했다. 관광객에 비해 턱업이 비좁은 바티칸의 구내 식당은 낯선사람과의 신체적 거리를 가깝게 만들어 주었다. 4인용 식탁에 먼저 앉아 음식을 기다리는 내게, 조심스레 함께 앉을 것을 청한 노부부는 60주년 결혼 기념일을 맞아 이탈리아를 찾은 독일사람이었다. 30년만에 다시 찾은 이탈리아라고 했다. 그들은 나와 아내의 신혼여행을 축복했다. 아름다운 시간이 함께할테니 행복할 것이라고..
'호수공원이라면 일산호수공원이나 광교호수공원쯤 되어야지, 김포호수공원은 너무 작은것 같아.' 자전거를 타고 김포호수공원을 내달리다 금새 출발점이 되돌아오는 것을 보고 아내는 푸념했다. 일산호수공원은 30만㎡로 인공으로 조성된 호수공원으로는 아시아 최대규모이고, 광교호수공원은 원래 유원지로 유명했던 원천저수지와 신대저수지 일대를 삼성물산에서 7200억원을 들여 조성한 것으로 일산호수공원의 1.7배 규모에 달한다. 김포호수공원은 10만㎡로 일산호수공원의 1/3 크기이다. 처음 김포호수공원의 면적을 알고는 의아했다. 일산 호수공원의 1/3 크기나 된다고? 체감했던 면적은 더 작았기 때문이다.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몇가지 요인이 있었다. 김포 호수공원은 항상 자전거를 타고 돌았고, 일산호수공원과 달리 돗자리..
중학교시절 교과서를 통해 처음 본 목조미륵반가상은 국내 예술의 우수성을 증명하기 위한 '도구'였다. 예술품 그 자체로서의 가치를 논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기술이 미개한 일본에 전해져 그들을 계몽했다는 문화우월주의의 산물이었다. 적어도 당시 내가 받아 들이긴 그랬다. 역사교육의 목적이 그랬고 그 시절의 교육이 그러했다. 이번 일본여행은 목조미륵반가상에 가장 큰 기대가 걸려있었다. 서수적 의미와는 무관하지만 일본의 국보1호라는 사실과 5년 전 경주에서의 충격이 가장 큰 이유이다. 교과서를 통해 보았던 말간 얼굴에 그 알듯 모를듯한 표정의 목조미륵은 중학교시절 이후 거의 완전히 내 기억속에서 사라져있었다. 그런데 2011년 8월 토함산 깊은 기슭에 평온하게 자리잡은 석굴암을 보자마자 충격과 함께 떠오른 것이 ..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무인도로 여행을 떠나며 '다시 돌아오고 싶지 않을 것'을 걱정했지만 몸을 타고 기어오르는 벌레 떼의 습격에 하루도 못버티고 육지로 돌아오는 배를 탔다. 여행은 늘 변수를 동반한다. 변수는 통제 가능한 것이 아니므로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다. 다만 그 변수를 통해 각인되는 각각의 기억은 온전히 그 여행자의 것으로 각기 다른 표정을 남긴다. 그게 여행의 진짜 묘미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스인 조르바의 작가 니코스카찬차키스는 여행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몸으로 겪은 수많은 즐거움이나 쓰라림 중에서 관념적이고 수정처럼 맑은 생각들만 상기한다면 얼마나 많이 허기를 느낄 것인가. 어느 나라를 다시 맛보려고 눈을 감을라치면 나의 오감이, 아니 내 몸에서 뻗쳐 나간 다섯 촉수들이 ..
3년만에 다시 오사카를 찾은 날은 다름 아닌 광복절이었다. 8월15일을 중심에 두고 2박3일간 일정을 짜면서 주변사람들의 걱정을 들었다. '그래도 광복절인데 일본에 가는게 좀 그렇지 않아?' 하지만 아무 생각없이 국내에서 판판 노는 것보다, 오히려 일본에 머무므로서 '오늘이 광복절이다, 순국 선열을 잊지말자' 되새기는 것이 더 애국적이지 않은가. 윤동주 시인도 망해가는 조선땅에 앉아 죽는날만 기다리느니 창시개명을 하고 일본에서 시를 쓰고 펜으로 독립의 초석을 닦는 길을 택했다. 감히 비교할 순 없지만, 같은 맥락이라 싶었다. 아내가 합창단 행사로 일주일간 해외 일정이 잡혔다. 하릴없이 혼자 집에 있느니 나도 어딘갈 좀 다녀와야겠다 싶어 고른 곳이 일본 오사카다. 비교적 저렴한 비행기 삯과 마침 읽고 있던..
'여름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어딘가에 시원함이 있어서다.' 스치듯 지나는에어컨 광고 카피에 귀가 쫑긋했다. 머릿속에서 텍스트가 해체 되면서 입이 떡 벌어졌다. 카피라이터가 누구지? 어떻게 이런 표현을! 예술은 본디 지극히 일상적인 곳에서 온다. 누구나 겪지만 그것을 재조명할 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재조명은 기술이고 관심이다. 관심은 레토릭을 통해 명문이 되고 예술이 되어 영향을 미친다. 한구절의 글귀가 사람의 삶을 바꾸기도 한다. 사소한 관심과 표현이 결국 삶의 질을 높이고 가는길을 가꾼다. 늘 예술속에 살지만 결국은 잡아내는 사람들만이 향유하는 보물 찾기와 같다. 새로 입사한 회사에 독특한 복지가 있다. '수요시식회'. 미식회가 아니라 시식회다. 먹는 모임인데 맛있는..
밤은 무한의 공간이다. 어둠은 창조의 시작이며 적막은 생각의 태동이다. 어둠속에서 밝음을 보고 고요함속에서 생각의 소리를 듣는다. 습관이 아침을 가볍게 만들어 주었지만 나를 자연상태 그대로 놔둔다면 아마도 매일 늦은밤까지 잠에 들지 않을 것이다. 업무는 오전에 효율이 나지만 생각은 밤이라야 제역할을 한다. 밤에 들여다보는 책은 귓가에 속삭이는 할머니 목소리 같다. 쏙쏙 와닿는 이야기들은 깊숙히 나를 끌고 들어간다. 책상 언저리 스탠드 등불이 비추는 오십센티 남짓한 공간은 밤과 책이 어우러지는 하루의 클라이막스다. 여름밤 개구리 우는 소리가 멀리서 들여오면, 가을밤 귀뚜라미 소리가 발빝에서 들려오면, 어릴적 어느순간의 어느 지점으로 깜빡 이동하는것 같다. 언제인지 모호하지만 분명했던 어느 순간, 시간이 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