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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짚어보는 일상

인문학 복지

꽃노래 2016. 7. 21. 15:44

'여름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어딘가에 시원함이 있어서다.' 

스치듯 지나는에어컨 광고 카피에 귀가 쫑긋했다. 머릿속에서 텍스트가 해체 되면서 입이 떡 벌어졌다. 카피라이터가 누구지? 어떻게 이런 표현을!
 
예술은 본디 지극히 일상적인 곳에서 온다. 누구나 겪지만 그것을 재조명할 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재조명은 기술이고 관심이다. 관심은 레토릭을 통해 명문이 되고 예술이 되어 영향을 미친다. 한구절의 글귀가 사람의 삶을 바꾸기도 한다. 사소한 관심과 표현이 결국 삶의 질을 높이고 가는길을 가꾼다. 늘 예술속에 살지만 결국은 잡아내는 사람들만이 향유하는 보물 찾기와 같다. 

새로 입사한 회사에 독특한 복지가 있다. '수요시식회'. 미식회가 아니라 시식회다. 먹는 모임인데 맛있는걸 먹는게 목적이 아닌 다른데 목적을 둔 먹는 모임이다. 매주 수요일 직원 상호간에 공유하고 싶은 동영상을 추천해 같이 밥을 먹으면서 감상하는 형식이다. 상영공간과 식사는 회사에서 제공한다. 회사에서 돈을 써가면서 밥을 먹이고 직원들끼리 동영상을 나누어 본다? 전 회사의 문화적 관점으로 본다면 돈들여 헛짓하는 일이다. 효율이 최우선이고 당장 돈이 되지 않는 일은 회사를 망하게하는 죄악이 되는 문화에 몸을 녹여온 나로서는 납득이 어려웠다. 

 이번 수요일, 속는셈치고 참여의사를 전달했다. 세편의 동영상을 보았고 맛았는 초밥도시락을 공짜로 먹었다. 
영상의 주제는 1.철학적 삶 2.글쓰기의 원칙 3.내인생 최고의 순간. 동영상의 형식은 강연과 인터뷰다. 영상을 보는 내내 나는 나의 내면과 마주했다. 사색을 즐기는 성격탓에 철학적 주제가 낯설지 않았음에도 새로운 질문을 던지게 해주고 내면을 들여다보게 해주었다.  목구멍으로 초밥을 넘기면서 눈물이 핑돌았다. 내가, 일을 하고 돈을 받고, 성과를 내고 인정을 받고, 경험을 쌓고 역량을 넓히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 인연을 더해가는 것 만으로도 감사한데 이런 유익한 시간을 회사에서 가질 수 있다니. 

복지는 비용적 측면을 뛰어넘는다. 이윤추구가 최고의 이념인 기업의 태생적 특성상 효율없이 비용을 투입할수는 없는 일이지만 복지가 예술과 연계된다면 측정의 수단과 도구를 바꿔야 마땅하다. 사람에게 최종적으로 중요한 가치가 무형의 가치이듯이 직원이 회사에 갖는 충성심과 업무에 대한 열정도 무형의 가치이다. 수치화되기 어렵다. 인문학적 교육을 통해 창의력을 늘려 생산량 증대에 이바지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근본적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고 삶의 만족도를 높여 궁극적으로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복지의 올바른 정의다. 행복하면 즐겁고, 즐거우면 성과는 따라오게 마련이다. 나만 하더라도 감사함에 기인한 보은의 마음이 저 발밑에서부터 올라온다. 일을 찾아서 한다. 

동영상에서 강사가 말하길, 길을 잃었을 때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은 속도를 늦추고 주변을 돌아보는 일이다. 달리는 것도 좋지만 더 잘 달리기 위해서 정비가 필요한 때가 있다. 일상속에서 예술을 보지 못한다면 지금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빠른 속도에 지쳐 힘이들 때 조금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자. 

하루는 힘겨울지 몰라도 일생은 즐거워야한다. 죽기직전에 일장춘몽이었다느니 이런 소리는 주로 사회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 해왔던 말이다. 왜 삶이 하룻밤 꿈인가. 나의 흔적과 예술이 남아왔는데. 내친김에 광고 카피 흉내를 한번 내보아야겠다. 

힘겨운 하루에도 불구하고 일생이 즐거운 이유는, 
어딘가에 예술이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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