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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짚어보는 일상

밤을 찾아서

꽃노래 2016. 7. 19. 23:57

밤은 무한의 공간이다. 어둠은 창조의 시작이며 적막은 생각의 태동이다. 어둠속에서 밝음을 보고 고요함속에서 생각의 소리를 듣는다. 

습관이 아침을 가볍게 만들어 주었지만 나를 자연상태 그대로 놔둔다면 아마도 매일 늦은밤까지 잠에 들지 않을 것이다. 업무는 오전에 효율이 나지만 생각은 밤이라야 제역할을 한다. 밤에 들여다보는 책은 귓가에 속삭이는 할머니 목소리 같다. 쏙쏙 와닿는 이야기들은 깊숙히 나를 끌고 들어간다. 책상 언저리 스탠드 등불이 비추는 오십센티 남짓한 공간은 밤과 책이 어우러지는 하루의 클라이막스다. 

여름밤 개구리 우는 소리가 멀리서 들여오면, 가을밤 귀뚜라미 소리가 발빝에서 들려오면, 어릴적 어느순간의 어느 지점으로 깜빡 이동하는것 같다. 언제인지 모호하지만 분명했던 어느 순간, 시간이 겹쳐지는 신기루같은 기억을 붙잡는 것이 즐겁다. 이책 저책 손에 닿는대로 목적 없이 읽어내려가는 궤적에 의미를 둔다. 

컨디션 관리를 해야하는 직장생활로 늦은 새벽까지 무한의 공간에 몸을 던질 수 있는 기회가 주말 뿐이어서, 주말이면 술을 먹자는 말이 그렇게 싫을 수가 없다. 차라리 늦도록 술을 마실라치면 밤과 온전히 함께하는 캠핑장에서의 술이라면 좋겠다. 활짝 타오르는 장작불에 넋을 놓으면서도 밤을 등에 업고 홀짝 들이마시는 맥주라면 충분하다. 그야말로 여름엔 개구리가 울고 가을엔 귀뚜라미가 운다. 어스름 음악소리까지 어우러진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의지와 상관없이 밤을 보내는 일이 싫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그렇다. 통제할수 없는 시간에 대한 불안감의 원인이 시간의 소중함을 알기 때문인지 단지 못된 성격탓인지 분명치 않지만 밤과 마주앉아 일대일로 대면하는 일이 아니면 그 밤은 나의 밤이 아닌것만 같다. 아까운 밤이 흘러갈때면 손아귀에 틀어쥐고 주머니에 넣었더가 필요할 때 한번씩 꺼내어 쓰고 싶다. 

모처럼 잠이 오지않아 하릴없는 밤이면 
그덕에 밤과 마주앉아 이렇게 씨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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