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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여행

이탈리아가 내게 말해준 것

꽃노래 2016. 9. 16. 16:09

 

사랑하자. 이탈리아는 내내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신의 이름으로 지어진 성대한 건축물도, 시선만 닿으면 담아지는 모든 사람들도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사랑하자고.

우주를 온전히 이해해야만 비로소 우리가 만난 의미를 깨달을 수 있을테니, 어쨌든 우리는 이자리에서 사랑해야만 한다고.

그게 지금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이탈리아가 말했다.

 

관광객에 비해 턱업이 비좁은 바티칸의 구내 식당은 낯선사람과의 신체적 거리를 가깝게 만들어 주었다.

4인용 식탁에 먼저 앉아 음식을 기다리는 내게,

조심스레 함께 앉을 것을 청한 노부부는 60주년 결혼 기념일을 맞아 이탈리아를 찾은 독일사람이었다. 

30년만에 다시 찾은 이탈리아라고 했다.

 

그들은 나와 아내의 신혼여행을 축복했다. 아름다운 시간이 함께할테니 행복할 것이라고 했다.

'신혼이라서 행복하지요?  오, 살아갈 수록 더 행복하게 될 것입니다. 함께이니 다른 이유는 없지요.' 

예언에 가까울 정도의 단언.

바티칸 식당의 비좁음은, 그렇게 축복의 통로가 된다.

 

시간이 멈춘 나라 이탈리아.

변할 것이 두려워 발을 구르는 젊은이들의 불완전한 사랑과,

시간을 더해 완전해진 이타적 사랑을 읊조리는 노인들이 공존하는 곳.

사랑 그대로의 사랑을 말해준, 비로소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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