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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의 탄생 (봄) 2020.03.09 본문

되짚어보는 일상

이름의 탄생 (봄) 2020.03.09

꽃노래 2020. 6. 3. 16:28

 

가득 불러져 오는 아내의 배를 보면서 곧 태어날 아이의 이름에 고심이다. 

 

소설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은 그 삶을 관장한다. 실제로 작가는 자신의 작품 속 이름을 정하기 위해 매우 오랜 시간을 고심한다. 심지어 작품을 다 만들어 놓고도 그 이름을 확정짓지 못해 출판을 미루는 경우도 있다. 소설속 가상의 인물도 그러할진대 하물며 내가 낳고 기를 자식의 이름이야. 

 

'사주팔자' 라는 토속적 신앙에 의거해 태어나는 일시에 따라 타고난 기운이 정해지고, 그 기운을 보완하고 다듬는 의미의 글자(한자)를 이름에 담아 작명하는 오랜 관습은 아이의 이름을 지어줄 무렵 무시할 수도 따를 수도 없는 어려운 난관이 된다. 

 

처가쪽은 기독교를 믿고 본가쪽은 불교를 믿어 이름에 종교적인 내용을 반영할 수는 없다. 아내도 굳이 성경적인 이름을 지어 다른사람들로 하여금 아이에 대해 선입견을 갖는 것은 원치 않았고, 나 역시 태어난 날을 사주로 풀어 기복을 하는 작명도 원치 않는다. 이리저리 수개월간 좋은 이름들을 구상하다가 결국 배운게 도둑질인가, 경영학적 관점으로 접근해 보았다. 

브랜드네임의 3요소 '기억하기쉽고, 발음하기 좋고, 뜻이 좋아야(통해야)' 한다.  

 

1. 이름이니 '뜻(의미)' 을 서두에 둔다.

결혼 후 7년만에 어렵게 가진 아이, 그 상징적이고 유의미한 존재감으로 인해 우리 가정에는 따뜻한 기운이 감돈다. 아이 덕분에 새로운 사랑의 싹이 돋아나고 어제보다 오늘 더 웃음소리가 커진다.  부르므로서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그런 이름. 

'봄' 이라고 부르고 싶다. 일생을 두고 늘 새롭고 따뜻하여라. 

 

2. 부르기 쉬워야 한다. 

평생을 불려져야 하는 이름은 입에서 나올 때 걸림이 없이 부드럽게 흘러 나와야 한다. 이름이 아무리 뜻이 좋아도 성과 어울리지 않으면 그 의미가 퇴색된다. 

'고봄' , 입술을 오므리는 모음의 연속은 입모양의 큰 변화가 없어 발음에 이질감이 없다. 이름에 받침이 있어 '야' 를 붙여서 부를 때  어미에 '이' 가 붙게 된다. [보미야] 가 된다. 

말 그대로 '봄이야!'  부르는 사람에게 봄이 오리라. 

 

3. 기억하기 쉬워야 한다.

한글을 아는 사람 중 '봄' 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기소개를 할 때, '봄' 이에요. 하고 활짝 웃으면, 매년 봄마다 그 이름을 떠올릴 것이다.  꽃 향기가 스치면 미소를 떠올릴 것이다. 매년 벚꽃 날릴 때 사방 천지에서 봄을 노래한다. 온갖 문학작품에서 봄을 예찬한다. 아직 한글이름도, 외자도 상대적으로 흔치 않다. 

희소성과, 매년 돌아오는 반복으로 인한 리추얼. 이보다 기억하기 쉬운 이름이 어디에 있는가. 

 

 

엄마와 아빠가 사랑으로 지은 이름이, 

네가 걸어갈 길에 꽃이 되어주기를. 

내 딸아 너의 이름은 '봄'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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