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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짚어보는 일상

기도의 효험

꽃노래 2019. 11. 3. 10:14

얘, 이 촛불좀 봐라. 불에 꽃이 피었다. 어느 작은 절에 '기도' 를 한다며 돈과 정성을 들이던 어머니는  촛불 사진 하나를 보여주며 거듭 감탄했다.

 

일반적인 촛불은 심지위에 가만히 올라앉아 촛불 고유의 제 모양과 빛깔을 유지하는데, 사진속 불꽃은 정말 꽃이 핀듯, 불이 붙기 시작하는 성냥의 머리처럼 빛이 사방으로 뻗치며 겉은 밝은 노랑에 안쪽은 푸른 색으로 맹렬히 타오르고 있었다.  

신도들은 각자 가족의 안녕을 빌며 초에 붙을 붙여놓고 기도를 드리며 그 불꽃을 살피는데,  공고롭게도 아내의 임신소식 즈음해서 촛불이 특별히 타올라, 어머니는 보기드문 경사라며 사진을 찍어 보여주고는 기쁜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현상은 초의 심지 기름이 유난히 뭉쳐있는 부분이 일시적으로 강하게 타들어가며 발생하는 것이 분명했지만, 굳이 잘난체 그런 얘기를 떠들며 어머니의 마음에 찬물을 끼얹을 필요는 없었다.

 

고3 시절에도 수능을 잘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어머니는 적지 않은 돈을 들여가며 기도에 정성을 쏟았다. 할머니도 손주자식 건강하고 공부 잘 하게 해달라고 부처님께 빌었다. 고3 수험생을 둔 많은 부모들 또한 그랬을 것이다.

 

그렇게 기도를 열심히 한 사람만 좋은 대학에 가게 된다면 세상이 얼마나 불공평 하겠냐며 괜히 심술이나 툴툴대면서도 한편으론 오히려 그런 정성이 헛되지 않을 수 있게 하는 길은 내가 결과로 보답하는 수 밖에 없겠다 '체념(?)' 하고 '기도' 라는 부담까지 짊어진 채 할일을 했다. 

 

이제와 생각건대,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은,  내가 이렇게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내 의지가 아니라 주변사람들의 기대와 기도 덕분이었다. 나에게 의지하는 의존적 기대가 아니라,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 힘을 실어주었던 조력적 기대. 그것은 '사랑' 의 다른말이 아닐까.

 

뱃속 아이의 운명을 내가 어찌할 수는 없겠지만, 어머니의 촛불이, 할머니의 기도가 그랬던 것처럼,

아이가 바른 생각을 가지고 건강히 살아가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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