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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werSong
'어떻게 알고 지내던 사람과 연인이 될 수가 있죠?' 겨울이 되어 유독 외로움을 토로하는 후배에게 멀리보지 말고 가까운곳에서 짝을 찾아보라는 말에 후배는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천진난만한 얼굴로 내게 물어왔다. 자신은 한눈에 확 들어오는 사람만이 평생의 배필이라고 생각한다는데 자기좋다는 사람 다 마다하고 그 운명적 만남만을 기다린 결과가 벌써 20년이 넘도록 혼자 지낸것 이라면 과연 그 '운명'이라는 것이 무언인가 싶기도 하다. 알고 지내던 사람과 연인이 된다면 설레임이 없을것 같다고 한다. 하지만 바꿔생각해보면 처음 만나 사랑하게 되는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엔 알고 지내는 사람이 되는것이고, 어떤 계기에 의해서라도 설레임은 추후에 생길수도 있는것인데 그걸 경험해보지 못한 후배에..
'광우야. 쫓으려 하면 달아난다. ' 새해를 맞아 보름여만에 찾아뵌 어머니께서 아들에게 대뜸 던지신 덕담(?)이었다. 거미줄을 많이 얻겠다고 거미의 배를 가르듯 어리석고 경솔한 행동을 하고 있지 않은가. 조급한 맘으로 초조하게 내달리려 하다보니 시야가 좁아지고 주변의 더 나은 길을 보지 못한채 시간에 흩뿌려지고 있진 않은가. 어머니께서 걱정하시는 바 였다. 초조한 상태에서 내려지는 의사결정은 헛점이 있게 마련이며 그는 곧 내 자신에 대한 마이너스 요인일 수 밖에 없으니 조금더 멀리보고, 꾸준하게,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길 원하셨다. 생전 여자친구가 없었던 적이 없었던 아들녀석이 제법 오랜시간을 혼자 지내는것 같아보여 안쓰러우셨는지 '인연'은 쫓는게 아니라는 말씀을 덧붙이신다. 지금 내게 가장 중..
최소한의 삶. 12월 24일 성탄전야의 들뜸과 설렘이 가득한 신촌 거리는 그야말로 북새통이었다. 공사가 한창인 신촌 현대백화점 뒤편의 사거리는 어디서 이많은 사람들이 다 나왔나 싶을만큼 발디딜 틈이 없었고, 교차형 횡단보도가 사람으로 가득차 신호등의 빨간불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이사람들이 모두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복하기 위해 성탄을 기다렸던것은 아닐지라도 외국인들이 본다면 분명 우리나라는 기독교 국가임에 틀림이 없다. 친구와 거리를 걷는데 누군가 하나님의 은총이라며 빵한조각과 전단지를 나눠준다. 인근 교회에서 전도활동을 하려 나온 사람들 이었는데 '고맙습니다' 하고 받았다. 오늘로 두번째 만난 전도사였다. 그리로부터 십미터도 지나지 않아 한 사람이 눈의 띄었다. 추운 바닥에 옆드려서 구슬픈 음악(시각적..
엉뚱한 면이 있어 폭소를 자아내곤 하지만 개인적으로 혜정인 지금까지 본중 가장 멋진 여자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여우같은 여자와 곰같은 여자가 있다면 어쩌면 '곰'쪽에 가까울런지도 모르겠다. 주변사람이 안타까움을 느낄정도로 우직하고, 인내심이 강해 때론 바보스럽기 까지 하지만 이것은 모두 주변사람을 배려하는 맘과 자신이 행한 일에 대한 결과를 한번더 생각하게되는 일로부터 기인한 것이다. 어떤말이든 뱉고 보는 사람과 쉽사리 상처를 주고 자신은 뒤끝이 없다며 정당화 시키려는 사람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인품을 소유한 사람이다. 오전 8시부터 시작해야 하는 아르바이트 덕에 새벽 5시반에 일어나 수원에서 부랴부랴 출근을 해서는 일터에 놀러온 내게 홀쭉해진 얼굴로 베시시 웃는다. 몇달새 급격히 살이 빠진 탓에 건강이 ..
호감 - 타이밍 - 피드백 친구 C군과 고등학교시절 연애의 조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적에 사랑에 빠지기 위해선 위의 세가지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한다고 했던 적이 있었다. 잭 트라우스와 알리스는 '포지셔닝'이라는 광고 커뮤니케이션 저서에서 '메시지를 확실하게 마인드에 고착시키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메시지 그 자체가 아니라 마인드다. 즉, 다른 브랜드에 물들지 않고 비어있는 순수한 마인드 인것이다.' 라고 주장한다. 연애에 있어서도 가중 중요한것은 어찌보면 '받아들이기'라는 것인데 두 사람이 각자 서로의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에서 만나야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호감 - 타이밍 - 피드백 중 가장 중요한 타이밍을 말한다. 갓 태어난 동물이 가장 먼저 접하는 대상을 어미로 인식하듯, 두 사람..
팔랑팔랑 집으로 돌아오는길에 눈발이 흩날리길래 잽싸게 '겨울노래'라고 적힌 씨디를 틀었는데 강우진의 'love'가 흘러나온다. 반가운 눈의 설레임이 노랫가락에 묻혀 서글픔이 되고말았다. 며칠전 '친애하는' 후배 k군이 적어놓은 글을 읽었는데 옮기면 다음과 같다. "수표면이 잠잠해졌다 하더라도. 떨어진 돌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단지 호수 밑바닥에 가라 앉은 것 뿐이며. 언제고 물의 흐름에 따라 크고 작은 소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죠. 억지로 밀어낸다고해서 될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소요를 일으키는 크고작은 물의 흐름. 즉, 마음의 동요는 소소한 매개에 의해 이루어진다. 후배는 잊으려 노력하는데 짖궂게도 전화를 걸어오는 그녀가 소요를 일으킨다고 푸념하지만, 나에게 소요는 팔랑팔랑 눈이 불러오고, ..
번짐은 엷어짐이야. 그러다가 없어짐이야. 그냥 없어지는건 아니고 스며들고 만나 어울려서 새로 태어남이야 - 예술감독 손관중 ---------------------------------------------------------- 사랑했던 기억도 그렇게 번져 사라짐이 아닌 새롭게 태어남이라.
몇번을 깨어납니다. 한번깨어나면 가슴이 아려 한참후에야 다시 잠이 들지요. 제법 실감이 나요. 어릴적 꿈속에서 꽃게가 발가락을 물어 화들짝 깨어나 발가락을 만지작거렸던 기억이 나네요. 같은꿈이 반복되면 악몽이라던데 이건 악몽이라고 생각하고 싶진않아요. 그대가 나오니까요. 한숨을 지어보고 가슴을 쓸어봅니다. 그러다보면 조금 나아진것도 같아요. 어줍잖은 사랑타령으로 그대를 꿈속에까지 불러와 공연히 당신을 번거롭게하고, 나마저 마음이 어지럽습니다. 차라리 귀신이 나와 공포에 떨게해주었으면 좋겠어요. 꽃게가 와서 발가락을 무는 꿈이 더 낫겠어요. 꿈에서 깨면 다행이니까요. 이건 꿈에서깨면 더 아픕니다. 꿈보다 현실이 더 차갑네요. 이겨 내지도 못하는 술을 먹듯 또다시 잠을 청해봅니다. 머리꼭대기까지 이불을 뒤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