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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 [2007.3.25] 본문

되짚어보는 일상

어머니께 [2007.3.25]

꽃노래 2015. 8. 7. 12:07

 

사랑하는 어머니께


‘어머니’

어떤이들에게는 그냥 세음절의 단어일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저에게는 이 한글자 써놓고도 감정이 복받쳐 오르고, 쏟아져 내리는 무수한 감정을 다 잡을수가 없어서 편지지를 펼쳐놓고도 차마 말을 적어넣기가 힘이 들만큼 깊고 큰 단어입니다.


 

어머니께서 태어나신지 46년,

아들에게 빛과 이름을 볼수 있게 해주신게 25년.

어머니 일생의 반 이상을 아들하나만 바라보시며 노심초사 하시는 맘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더욱 송구스런 맘이 드는 밤입니다.

먼 바다를 항해하는 배의 선장에게 별자리가 있듯, 하루하루 철없이 살아가는 제게는 나침반이고, 이정표이고, 든든한 후원군이었던 어머니가 계셨습니다.


항상 무얼하든 행함에 앞서 어머니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어머니라면 어떻게 말씀하셨을까를 먼저 생각하며 모든일을 결정해 옴으로서 그나마 여기까지 헛되지 않은 시간을 보내며 자라올수 있었다는 생각에 새삼 고개숙여 감사하는 바입니다.


신록의 계절. 살랑부는 봄바람과 푸르른 빛이 가슴까지 스미어 봄의 정취에 한껏 취해있어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생활고로 인해 하루도 시름을 놓지 못하시는 어머니 모습을 볼때마다 힘이 되어드리지 못한다는 부끄러움에 못난 아들이 떨군 고개를 들지 못합니다. 


하루를 일년처럼 고되게 살아오신 어머니.

당당한 모습뒤에 비춰지는 어머니의 초조함은 무정한 세월이 할퀴고간 흔적이겠지요.

눈가에 주름이 담기고 귀밑에 서리가 앉으시는 모습에 가슴이 아파 입술을 지그시 앙다뭅니다.


부모의 피를빨아 자식이 커간다는 말 가슴깊이 체감하고,

그 부모님의 은혜를 갚는길은 그저 내 삶이 풍요롭고 올 곧을수 있도록 현명하게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것이라는것.

매일아침 거울을 보며 스스로에게 이야기 하곤합니다.


어머니.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이제 저에게는 단지 그 어머니라는 한마디만으로도 천근만근의 눈물이고, 하늘을 떠받치는 기둥이며, 내가 살아가는 이유라는것을 말이죠.


어머니께서 살아오신지 46년,

무던히도 속썩고 사나웠던 세월. ‘지긋지긋했던 그시절’이 아니라 그저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띄우며 '지금을 있게한 고마웠던 지난날' 이라고 여길수 있을만큼 앞으로 편안한 삶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위해선 광우가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것도 잊지 않겠습니다.

 

누구에게도 당당히 자랑할 수 있는 자랑스러운 단 하나뿐인 아들이 될테니 어머니께서도 딱 한가지만 약속해 주세요.


"늘 건강하시기."

 

이거 하나면 되겠습니다.


가슴에 가득차있는 말들은 열날을 적어내려가도 모자라지만 직접 뵙고 따뜻한 어머니 손 한번 잡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을런지요.

 

사랑하는 어머니...


감사합니다.

생신을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2007. 3. 25(음2/7)

 

                    어머니의 생신을 맞아 사랑하는 아들 광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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