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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보는 사나이 [2015.8.4] 본문

되짚어보는 일상

미래를 보는 사나이 [2015.8.4]

꽃노래 2015. 8. 8. 00:57


'너희 둘이 결혼하면, 둘중 하나가 크게 다치거나 죽는다.'


결혼을 앞둔 커플이 10곳의 점집을 찾았는데, 가는 점집마다 위와 같이 섬뜩한 점괘가 나온다면, 함부로 흘려들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내가 위험하고 끝나는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이 크게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다는데..

사람의 운명이 정해져 있고, 그사람의 미래를 볼 수 있다는 역술인들의 말.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십 수년 전 시사고발 프로그램인 '그것이알고싶다' 에서 '역술인'에 대해 방영된 적이 있었다. 그 프로그램에서 스텝들이 죽은 사람의 사진과 사주를 들고 다니며 역술인들에게 그사람의 운명을 물었다. 그 중 두명의 역술인이 크게 역정을 내었다. 어디 죽은 사람의 사주를 들고와서 사람을 시험하려 드냐는 것이었다. 그중 한 역술인은 한복차림에 산속 깊은곳에서 수도를 하는 20살 남짓한 남성이었는데 댕기머리를 따고 앉아 얼굴이 뽀얗고 맑았다.


소설가 김영하씨는 그 역술인이 유명해지기 전에 자신이 우연히 그 역술인을 만나 점괘를 물었는데, 자신이 혁명가가 되고 싶다고 농담조로 던지자, 세상을 바꾸는것에 뜻을 두었다면 평생 감옥이나 들락거리며 인생을 낭비할 것이고, 사주에 말씀언(言)자가 2개나 들어있으니 말이나 글로 먹고 산다면 40년 대운이라 했다고 한다. 추후 자신의 삶이 역술인의 말대로 들어 맞자 몇년 후 다시 그사람을 찾아보고 싶어 수소문 하였다. 이미 역술인은 방송을 통해 유명해져 3년치 예약이 모두 차있어 포기해야했다.


얼굴도 보지 않고 그사람의 생년, 월, 일만으로 사람의 운명을 어떻게 알아맞출 수 있는걸까. 맞고 안맞고를 떠나서 내 미래가 모두 정해져 있다면 그것을 아는게 좋을까 모르는게 좋을까. 정해져 있는 미래를 알수 있다면 그것을 바꿀 수 있지도 않을까? 역술인은 '운명'을 '앞에서 날아오는 돌'이라고 했고, '숙명'은 '뒤에서 날아오는 돌'이라고 했다. 미래를 알 수 있어도 분명 피할 수 있는것과 없는것이 나뉜다는 얘기다.


2년 전 어머니께서 집에오시자마자 긴히 하실 말씀이 있다며 나를 서둘러 불러 앉혔다. 점을 보고 왔는데 지금 아들이 회사를 옮기려고 하는데, 극구 말리라는 것이었다. 지금 회사를 옮기면 쉽게 다른 회사에 들어갈 수는 있지만, 지금처럼 비중있는 일을 할 수 없다고 했으며, 2년만 더 기다리면 좋은 기회가 와서 저절로 나오게 된다는 것이었다. 마침 다른회사에 이력서를 쓰고 있는 참이어서 신기하기는 했다. 점장이의 말에 따르면 아들이 다니는 회사의 대표가 화가나면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것이었다. 화를 낼 땐 '조상님이 내려와서 머리채를 잡고 흔든다' 고 표현했다. 매우 영리한 사람이라 사세는 계속 확장가도를 달리는데, 결국 주변에 사람이 아무도 남지 않게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이미 떠날 맘을 굳게 먹고 있는 상황에서 점장이의 말은 신기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2년이라는 시간을 더 있으라는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때 어머니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들아, 긴 인생에서 2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2년만 버티면 너의 삶이 바뀐다고 하지않니. 조금만 버텨보고 정 안되겠으면 그때 다시 나오렴. 엄마도 니가 힘든건 원치 않지만, 좋다고 하니 조금만 이겨내보자.'


2년이라... 하루도 있고싶지 않은 곳에 2년을 더 버티라니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2년동안 사람의 인생이 극적으로 바뀌는건 군대 계급장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듭 심호흡을 했다.



지난달 이직을 했다. 점장이의 예언으로부터 꼭 2년이 지났다. 우연한 기회에 이직을 하게 된 것은 맞지만 인생이 바뀌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어쩌면 오히려 인생이 바뀔 것이다 라고 전제하고 스스로 되뇌이며 결정을 합리화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2년만에 회사를 옮긴것은 신기한 일이긴 하다. 입사 후 4년6개월만의 일이다.


2년 전 점쟁이가 당부했던 말이 한가지 더 있었다.

'아들이 39살 되는 해에 미친사람처럼 사업을 하려고 들것이다. 그때 또 말려야 한다. 그때 말릴 수 있는 사람은 엄마 뿐이다. 아무도 못말린다.'


사업의 꿈을 키워가는 서른의 날에 사업은 절대 안된다는 점장이의 말이 무거웠다. 혼자 망가지는게 아니라 가족이 모두 큰 피해를 보게 된다니 더욱 그렇다. 사업을 하지 말라는 점쟁이의 말은 뒤에서 날아오는 돌인가. 앞에서 날아오는 돌인가.



가만, 39살에만 사업을 피하라는 것 아닌가? 그럼 그 38살이나 40살에는 해도 된다는 거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