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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짚어보는 일상

부랑자와 삶의 주인

꽃노래 2015. 8. 12. 16:07

 

모처럼 대학동기들과 한강에서 치맥한잔 할 생각으로 여의도에 모였다. 여름밤 한강의 주변은 생동한다. 운동하는사람들로 활력 넘치고, 삼삼오오 모여 먹고 노는 사람들로 생기발랄하다. 한강르네상스다 뭐다 욕은 했지만 막상 한강을 이용할 땐 편익을 보는게 사실이다. 다만, 천문학적으로 투입된 예산의 효익이 모두 시민에게 돌아온것이 아니란게 가장 문제겠지만..

 

그늘막을 들처매고 좋은 자리를 찾기 위해 한참을 돌았다. 빼곡히 들어선 사람들로 마땅히 좋은 자리를 찾지 못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하릴없이 쓰레기를 모아두는 그물망 옆으로 자릴 잡았다. 근처에 좋은 자리가 나면 옮길 계획이었다. 바람의 방향을 고려하여 자리를 잡았지만, 잠깐식 바람의 방향이 바뀔 때 마다 우리 자리 쪽으로 쓰레기 냄새가 올라와 코를 킁킁거렸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전단지를 집어들고 치킨과 피자, 맥주를 주문했다. 

 

친구들과 한참을 떠들며 놀고 있는데, 가만보니 이상했다. 쓰레기장에 계속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이 몇명 있었는데, 일부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러 오는게 아니라 쓰레기속을 뒤적거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쓰레기통에서 꺼낸 음식물을 태연히 자신의 입속으로 넣었다. 허겁지겁 먹는것도 아니었고, 마치 식당에서 식사를 하듯 자연스럽게 쓰레기속의 음식물을 취식했다. 오래 식사를 굶어서 생명을 부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먹는다는 느낌이 아니라, 집에서 차려먹는 밥상처럼 자연스러웠다. 말 그대로 '식사중' 이었다. 함께 있던 사회복지직 공무원 친구놈 K군에게 물었다.

 

'너네 공무원들은 저런 사람들 밥 안챙겨주고 뭐하냐. 복지예산 엉뚱한데 쓰지말고 저런사람들좀 보호해주고 그래라'


8급공무원이 무슨 힘이 있겠냐 싶어서 농을 쳤지만 돌아온 친구놈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야, 그렇잖아도 하루가 멀다하고 지구대에서 우리 복지과로 저런사람들 데리고 오는데, 시설에 넣어주려고 해도 엄청 거부하고 뛰쳐나가'

 

친구놈의 말에 의하면, 정해진 시간에 밥먹고, 씻기 싫은데 씻어야 하고, 아침에 억지로 일어나야하고, 자기 싫은데 자야하는 등 정해진 시간에 움직여야 하는 규칙적인 생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여야 하는 패턴을 견디지 못한다는 것이다. 통제에 대한 강한 거부감은 계절을 가리지 않아 겨울에도 얼어죽을 지언정 시설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다 그런것은 아니지만, 민원이 접수되어 나가보면 대부분의 사람이 강하게 거부한단다. 자신이 무얼 잘못했냐며 거칠게 몸싸움을 하기도 하는데, 실제로 죄를 지은게 아니기 때문에 강제로 가둘수도 없고, 가둬서도 안된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고 주민들은 불안해하며, 행여 돌아다니다가 급사하기라도 하면 지구대와 소속 공무원들의 골치가 아파지는 문제가 있다.

 

추운데서 얼어죽고 굶다못해 쓰레기통을 뒤지는 것 보다는 다소 통제에 따라 살아야 하더라도 시설에 들어가는것이 낫지 않겠나 싶지만, 그건 우리생각이다.
그들은 억압된 풍족보다 자유로운 결핍을 원하고, 자신의 선택에 의해 원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그야말로 자기삶을 온전히 소유하고 있는게 아닐까. 그들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함부로 평가할 수 있을까.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을 하도록 교육 받는다. 자고 일어나는것부터, 밥먹는 시간, 밥먹을 때 수저를 잡는 손, 글을 쓰는 손.... 이러한 행동과 규칙들이 결국은 노동에 최적화 되도록 교육되고 길러진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규율이라는 것은 생산에 최적화되도록 만들어진 착취수단이라는 것이다. 영화 쇼생크탈출에서 장기수감되었던 브룩스는 출소 후 갑자기 사라진 권위하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규율과 권위에 복종하도록 철저하게 교육받은 이들의 특징은 권위가 사라질 때 불안해진다.

 

결국 자유라는것이 무엇일까를 근본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스스로 자유롭다고 믿고 있지만 사실은 태어날 때부터 누군가를 위해 일하도록 조성된 시스템 하에서 강요된 목표를 쫓으며 그렇게 남을 위해 살아지는것이 아닐까. 진짜 내 삶을 찾는다는게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