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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werSong
가득 불러져 오는 아내의 배를 보면서 곧 태어날 아이의 이름에 고심이다. 소설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은 그 삶을 관장한다. 실제로 작가는 자신의 작품 속 이름을 정하기 위해 매우 오랜 시간을 고심한다. 심지어 작품을 다 만들어 놓고도 그 이름을 확정짓지 못해 출판을 미루는 경우도 있다. 소설속 가상의 인물도 그러할진대 하물며 내가 낳고 기를 자식의 이름이야. '사주팔자' 라는 토속적 신앙에 의거해 태어나는 일시에 따라 타고난 기운이 정해지고, 그 기운을 보완하고 다듬는 의미의 글자(한자)를 이름에 담아 작명하는 오랜 관습은 아이의 이름을 지어줄 무렵 무시할 수도 따를 수도 없는 어려운 난관이 된다. 처가쪽은 기독교를 믿고 본가쪽은 불교를 믿어 이름에 종교적인 내용을 반영할 수는 없다. 아내도 굳이 성..

길거리를 배회하다 보호소에 수용된 개들은, 시한부 인생을 산다. 작은 몸에 암덩이를 안고 들어온 것도 아닌데 저마다 마지막 날짜를 부여 받는다. 부여받은 마지막날이 되면 견사의 철문이 무심히 열리고 개는 어디론가 끌려간다. 개의 심장박동은 평소보다 빠르다. 통증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주사 한방을 맞는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른다. 인간이 그러하기로 결정 하였고, 개의 생명활동은 천천히 정지된다. 아내는 '임시보호' 라는 이름으로 우리집에서 한달여 머물기로 했다는 개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제주에서 구조되었다는 레브라도 리트리버였다. 아내는 그대로 두면 그 개는 곧 안락사를 당하게 된다며 나를 설득했다. '한달' 이라는 기한에 못 이긴 척 임시보호를 받아들였다. 개를 '입양'..

꽃 선물은 줄때에만 의미가 있는 '가성비 낮은' 선물 이라고 여겨왔다. 아내의 연주회에 참석하는 길 분주히 포장되어지는 꽃다발을 보면서도 '곧 시들어 사라질 꽃이 참 비싸기도 하다' 생각했다. 공연이 끝나고 '사진찍기' 의 용도가 끝난 꽃은 집에 오자마자 팽개쳐지고 다음날 식탁위에 덩그러니 놓인 모습이 쓸쓸하다. 건네지고 사진 찍히고 곧 잊혀지고 마는 꽃의 운명이 안쓰러 잠시 고민하다가 꽃다발의 포장을 풀고 꽃을 분류했다. 핑크장미와 백장미, 그리고 안개꽃으로 묶인 꽃다발은 내 손에서 해체되고 같은 종끼리 서로 구분되어졌다. 장미에 붙은 잔 이파리 들은 가위로 정리하고 꽃들은 포장에 쓰인 끈으로 묶었다. 그리고 서재에 걸려 있는 작은 액자를 내린 자리에 묶은 꽃 세 다발을 거꾸로 걸었다. 분주한 출근길 ..

눈을 감고 아내의 얼굴을 더듬으며 그 생김을 기억하는 것 같이 아내의 수줍게 솟은 배를 어루만지며 아이의 형상을 떠올려본다. 이 안에 생명이 살고 있다는 말이지? 아내와 나를 닮은 아이가 그 속에 자리를 잡고 세상에 나올 준비를 천천히 그리고 착실하게 하고 있다는 사실은 눈으로 보고서도 쉽게 믿겨지지 않았다. 밥을 잔뜩 먹고 이상하리만치 불쑥 튀어나온 아내의 배를 보며 깔깔 놀리던 때만 하더라도 장난기 가득했는데, 진짜 생명이, 나의 혈육이 그 안에 있다니. 소리 없이 움트는 기적이 눈물겹다.
11월에 접어든 포천의 새벽 공기는 벌써 매섭다. 아내를 따라 모처럼 아침일찍 교회에 나선 나는 왜이렇게 교회 안이 춥나 몸을 움츠리며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예배가 시작되고도 한참동안 몸을 비벼대다가 예배단 앞에 가지런히 놓인 낡은 구두 한켤레에 눈이 멎었다. 목사님의 발은 얇은 양말 하나에 의지해 추위에 맞서고 있었다. 오늘보다 더 추운 한겨울 혹한에도 칠순을 맞은 목사님은 저렇게 신발을 벗고 서 있었을 것이다. 오늘 처음 알았다. 신발 안에 들어있는 내 발가락은 추워 계속 꼼지락거린다. 올해로 개회 58주년을 맞은 교회는 수도자의 초심을 잃지 않은 목회자의 의지를 따라 지금껏 걸어왔다. 몇년 전 장성한 아들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다음 날에도, 목사님은 '모든 것이 다 하나님 뜻이라' 는 ..
얘, 이 촛불좀 봐라. 불에 꽃이 피었다. 어느 작은 절에 '기도' 를 한다며 돈과 정성을 들이던 어머니는 촛불 사진 하나를 보여주며 거듭 감탄했다. 일반적인 촛불은 심지위에 가만히 올라앉아 촛불 고유의 제 모양과 빛깔을 유지하는데, 사진속 불꽃은 정말 꽃이 핀듯, 불이 붙기 시작하는 성냥의 머리처럼 빛이 사방으로 뻗치며 겉은 밝은 노랑에 안쪽은 푸른 색으로 맹렬히 타오르고 있었다. 신도들은 각자 가족의 안녕을 빌며 초에 붙을 붙여놓고 기도를 드리며 그 불꽃을 살피는데, 공고롭게도 아내의 임신소식 즈음해서 촛불이 특별히 타올라, 어머니는 보기드문 경사라며 사진을 찍어 보여주고는 기쁜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현상은 초의 심지 기름이 유난히 뭉쳐있는 부분이 일시적으로 강하게 타들어가며 발생하는 것이 분명..
어머니는 아내의 두 손을 맞잡고 펄쩍 뛰어오르며 소리를 질렀다. 아내를 와락 끌어 안고는 순식간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고맙다. 너무 고맙고 기특하다. 그동안 맘고생 많았지. 정말 고맙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아내의 임신소식을 듣고 어머니는 한참을 서서 아내를 끌어안고 우셨다. 결혼한지 햇수로 7년. 짧지 않은 시간 기다려왔던 간절함의 결실. 남몰래 힘들어했을 아내는, 조용히 눈물을 닦아냈다.
'빨리 땅속에 들어가야 끝날 일인데 목숨만 길어지니 환장할 노릇이지' 할머니는 또 살아있음을 원망한다. 한줌 모래알로 흩어질 것 같은 나날들을 보내는 할머니에게 늘어난 기대수명은 죽음보다 무거웠다. 3남1녀를 슬하에 두었건만 벌써 두 아들을 먼저 보낸 할머니의 세월은 그저 뒤를 돌아보고 있을 뿐이다. 그래도 남은 자식들이 서운할까 죽은 아들을 다시 입에 담지 않는다. 그저 묻은 가슴으로 삼킬 뿐이다. 할머니는 가끔 먼곳을 보며 홀로 우셨다. '이번에 나좀 너네 집에 가 있으면 안되겠냐. 고모집에만 있으려니 고모도 나도 서로 답답하기 그지없다.' 할머니는 조심스레 운을 뗀다. 금이야 옥이야 얼르고 내손으로 기른 손자가 할머니는 어쩐지 점점 어렵다. 자식들의 수고로움이 우려스러워 한 집에 오래 머무르길 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