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화성사건
- 시그널
- 굴
- 김혜수
- tvN
- 미키유천
- 떼르미니역 소매치기 이탈리아치안 간접흡연 이탈리아 여행기
- 선생님 감수성 문학선생님 빗물 창밖 비오는날
- 저녁식사
- 굴요리
- 이제훈
- 화성살인사건
- 오늘뭐먹지
- 부석사 무량수전 여행
- 동주. 윤동주. 자화상
- 드라마 시그널
- 굴전
- 스승의은혜
- 경기남부살인사건
- 스승의자격
- 일상의행복
- 굴전만드는법
- 벤에플렉
- 멧데이먼
- 믹키유천
- 화성연쇄살인사건
- 화장실 사건
- 로빈윌리암스
- 굿윌헌팅
- 조진웅
- Today
- Total
FlowerSong
굿윌헌팅 - 스승의 자격 본문
이 영화를 처음 본 것은 중학교 시절 도덕시간이다.
천재적 재능을 지녔지만 유년기에 겪은 학대로 세상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윌헌팅. 그를 포용하고 치유하는 스승 숀.
무려 18년 전이지만, 훈훈한 사제간의 영화로 내기억속에 뚜렷하게 남아있었다. 그 이후로 몇 번을 더 보았지만 볼 때마다 새로운 감동을 주는 영화. 클래식이다. 이번에 이 부분에서 특별히 감명을 받는데, 다음번에는 또 저 부분에서 감명을 받는다. 마치 예술조각처럼 멀리서 볼 때, 정면에서 볼 때, 옆에서 볼 때, 그 때 그 때 감흥이 다르다. 명작의 조건이다.
처음엔 멧데이먼에 주목했다. 멧데이먼은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배우이다. 최근영화 마션에서 한 명의 우주 비행사를 구출하기 위해 온 지구인들이 힘을 합하여 응원했던것도 사실 멧데이먼이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멧데이먼 만큼은 꼭 살려야 겠다는 청중의 염원을 담아낸다. 그래. 멧데이먼이라면. 하는 암묵적 동의가 생긴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영화 마션의 주인공이 멧데이먼이 아니라 그의 절친 벤에플렉이나, 불가능한 것이 없는 톰크루즈 였다면 어땠을까. 느낌이 많이 달랐을 것이다.
요새 어린 친구들에게는 멧데이먼의 이미지가 '본 시리즈'로 각인되어서 뛰어난 첩보 액션배우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멧데이먼은 본디 순수하고 정직한, 헌신적으로 평생 한 여자만 사랑해줄 것 같은 이미지, 말그대로 '일등 신랑감' 으로 꼽힌다. 미국의 설문조사 결과가 그렇다. 하버드 영문학과를 중퇴한 그는 절친 벤에플렉과 함께 각본을 써서 '굿윌헌팅'으로 데뷔한다. 엄친아다. 내눈에도 이리 멋진데 여자들이 좋아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가난한 멧데이먼이 천재적 재능을 지녔지만 가슴의 상처로 인해 고슴도치처럼 사람들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장면을 보면서 청중은 맘 졸인다. 노심초사 끌어안아주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를 안아주기 위해 다가가는 명배우가 바로 로빈윌리암스다.
사실 영화 굿 윌헌팅이 명화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또 하나의 기둥, 미국의 국민아빠 로빈윌리암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반복해서 볼 수록 멧데이먼보다 로빈윌리암스의 역할과 연기에 더 몰입하게 된다. 이번에 영화를 다시 꺼내 보게 된것도 로빈윌리암스를 다시 보고 싶어서 였다. 내가 나이가 들어가고 있나. 보호자의 관점으로 영화를 보게 된다. 특히 죽은 아내에 대한 끝없는 그리움 속에 살아가는 로빈윌리암스의 연기는 기혼자인 내게 개연성을 부여한다.
심리치료 교수인 로빈윌리암스(숀 맥과이어) 는 아내를 모욕하는 윌의 목을 조른다. 매우 충동적인 모습이다.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는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직업인 심리학교수가 분노를 표출하는 장면은 일반적이지 않다. 그래서 인간적이다. 윌과의 첫 대면으로 충격을 받은 후 잠 못 이루던 그는 다음 상담시간에 윌을 호숫가로 불러내서 아내를 모욕한 일을 두고 '넌 무지한 어린아이다' 라고 일침을 놓는 장면은 전율을 준다. 로빈윌리암스이기에 가능한 그 감정과 눈빛 연기는 몇 컷의 필름에 온전히 담겨진다.
'너와 미술을 이야기 한다면 너는 온갖 미술에 관한 정보를 대며 이야기 하겠지만,
실제 시스티나 성당의 내음은 알 수 없을걸.
한번도 그 성당의 천장에 그려진 벽화를 본 적이 없을 테니까.
네가 여자와 잠자리는 갖겠지만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누워있는 그 느낌은 알지 못할걸.'
지식은 경험과 다르다는 것. 네가 책으로 접한 모든것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며, '용기'를 내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경험' 하지 않으면 어린아이에 머물러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알려준다. 이러한 과정이 설득력을 갖는 것은 숀 역시 자신의 어두움을 극복하고 현재 자신을 계속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윌의 등을 두드려 줄 자격을 갖춘 셈이다.
최근 응답하라1988을 통해서 '걱정말아요 그대' 라는 곡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이적이 리메이크를 해서 부르고 있지만, 어째 그 감흥이 원곡에 영 못미친다. 원작만한 후작이 없다지만 유독 안타까운 맘이 든다. 멜로디와 가사는 같지만 전달력과 호소력이 같지 않다. ' 걱정일랑 훌훌 털어리고 우리 다같이 노래하자' 고 독려하는데 이적의 노래에는 깊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의 가창력과 음악성을 논하자는 것이 아니다. 비약일지 모르지만 아무래도 내가 겪고 있는 고통을 이적은 못느껴봤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힘들어하는 사람이 이적의 노래를 듣는다면 그의 노래에 의지할 수 있을것 같지 않다. 그저 부족한 것 없이 자라온 듯한 한 남자가 너무나 예쁘게 노래를 부른다. 가사의 내용과 한참 동떨어진 느낌이다.
전인권이 말하는 '걱정말아요, 다 털어버려요. 후회없이 사랑하고, 노래합시다' 는 진짜 걱정을 덜어준다. 기호의 문제가 아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질기고 질긴 삶을 살아온 아버지가 자식에게 읊조리는것 같다. 고통받는 제자에게 같은 길을 걸어온 스승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해주는것 같다. 숀맥과이어가 윌을 안아주는 장면과 닮아있다. 젊은시절에 비해 한참 힘이 떨어진 백발의 라흐마니노프가 은퇴 공연에서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 이 오버랩 된다. 기교를 부리지 않는데도 화려함이 있고, 덤덤한 가운데 사무침이 있다. 저절로 눈물이 난다. 적어도 그는 내 고통을 알고 있을것 이라는 기대가 있다. 그리고 그가 겪어왔을 힘겨움에 나역시 힘을 보태어주고 싶다. 공감대가 생기는 것이다.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아픔을 알수 있어야 한다. 반드시 똑같은 경험을 해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사한 경험자가 전달해주는 격려는 무엇보다 큰 힘이 된다. 최소한 나도 겪어봤으니까. 힘들겠지만 고개를 들어라 말할 자격이 주어진다.
너의 잘못이 아니다.
It's not your fault.
너의 잘못이 아니다.
It's not your fault.
너의 잘못이 아니다.
It's not your fault.
윌을 향한 숀의 위로는 청중의 가슴을 울린다.
내 눈을 똑바로 응시하라던 숀의 단호한 목소리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명작은 분명한 메세지를 지닌다.
'영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恨)의 소리, 서편제 [2012.4.30] (0) | 2016.01.06 |
---|---|
만추(滿秋) - 깊은가을 [2013.3.9] (0) | 2016.01.06 |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0) | 2016.01.06 |
시월애를 다시 보다. [2011.12.24] (0) | 2015.08.07 |